[특별 기획] 1회: 왜 인간은 달리는가
본문
<목차>
1회 : 왜 인간은 달리는가
2회 : 마라톤의 탄생
3회 : 42.195km의 비밀
4회 : 한국마라톤 100년
5회 : 부산과 마라톤
6회 : 몸은 달리면 변한다.
7회 : 초보 러너 입문
8회 :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도전
9회 : 세계 명품 마라톤
10회 : 다대포에서 만나는 부산국제마라톤대회
왜 인간은 달리는가?
새벽 공원이나 해변을 찾으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이어폰을 꽂고 혼자 달리는 사람,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속도를 맞추는 사람, 천천히 걷다가 다시 뛰기를 반복하는 사람들이다. 달리는 이유도 제각각이다.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위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또는 아무 생각 없이 바람을 맞고 싶어서 운동화를 신는다.
사실 달리기는 가장 오래된 인간의 본능 가운데 하나다. 먼 옛날 인류의 조상은 먹이를 구하고 맹수를 피해 살아남아야 했다. 인간은 치타처럼 빠르지도, 사자처럼 강하지도 않았다. 대신 오래 달리는 능력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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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 공원등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달린다. |
치타는 폭발적인 속도를 내지만 오래 달리지 못한다. 반면 인간은 느려도 긴 시간을 달릴 수 있다. 몸 전체에 분포한 땀샘은 체온을 낮춰 주고, 두 발로 걷는 직립보행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한다. 발바닥과 아킬레스건도 장거리 이동에 적합하도록 진화했다. 학자들은 초기 인류가 먹잇감을 오랫동안 따라가 지치게 만드는 ‘지구력 사냥’을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인간은 가장 빠른 동물이 아니라 가장 오래 달리는 동물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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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인 치타는 최고 120km 까지 달릴 수 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까지 도달하는 시간(제로백)이 단 3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치타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1분 이상 전력질주할 수 없다는 점이다. |
그래서 달리기는 특별한 운동이라기보다 몸이 기억하는 움직임이다. 처음에는 숨이 차고 다리가 무겁지만 어느 순간 호흡이 일정해지고 발걸음에도 리듬이 생긴다. 달리기를 마친 뒤 느끼는 개운함과 성취감도 몸이 보내는 자연스러운 신호다.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를 줄이고 기분을 좋게 하는 물질이 분비돼 몸과 마음이 함께 회복된다. 최근 몇 년 사이 전국적으로 불고 있는 러닝 열풍도 이런 이유에서다. 달리기는 특별한 시설이 필요 없다.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공원에서도, 강변에서도, 바닷가에서도 시작할 수 있다. 기록을 겨루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의 건강을 위해 천천히 뛰는 사람이 훨씬 많다. 이제 달리기는 경쟁보다 일상을 즐기는 생활문화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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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11월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일원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가을정취를 만끽하며 달리고 있다. / |
부산은 달리기 좋은 도시다. 기장군 연화리에서 다대포까지 총연장 320km에 이르는 해안선 곳곳에는 바다와 강을 따라 달릴 수 있는 길이 이어져 부산의 역사와 삶의 흔적이 담뿍 담겨 있다. 특히 사하구 다대포의 넓은 백사장에서 출발 낙동강을 품고 달리는 해변로는 지난 28년 동안 부산시민들로부터 사랑 받아온 마라톤 코스이다. 그래서일까. 같은 거리를 달려도 어디에서 달리느냐에 따라 기분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많은 사람은 ‘마라톤’이라고 하면 42.195㎞를 떠올린다. 그러나 마라톤은 꼭 풀코스만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의 체력에 맞는 거리를 정해 끝까지 달리는 것, 그것이 마라톤의 진정한 가치다. 처음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5㎞가 큰 도전일 수 있고, 꾸준히 달려온 사람에게는 10㎞나 하프코스가 새로운 목표가 된다. 중요한 것은 거리가 아니라 출발하는 용기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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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15일 다대포에서 열리는 제28회 부산국제마라톤는 하프코스와 10㎞, 5㎞ 코스로 진행된다. 축제는 기록만을 위해 존재하지는 않는다. 건강한 삶을 위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달리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사람들은 길위에 선다. |
오는 11월 다대포에서 열리는 제28회 부산국제마라톤도 바로 그런 축제다. 하프코스와 10㎞, 5㎞ 코스는 기록 경쟁만을 위한 무대가 아니다. 처음 레이스에 도전하는 시민도, 가족과 함께 추억을 만들고 싶은 참가자도, 자신의 기록을 새로 쓰려는 러너도 모두 같은 출발선에 선다. 인간은 왜 달리는가. 더 빨리 가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건강한 삶을 위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달리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길 위에 선다. 마라톤은 특별한 사람만의 스포츠가 아니다. 한 걸음을 내딛는 모든 사람의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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